“좋아해.”
언제나 그 애를 먼저 흔든 건 나였다.
“너한테 입 맞춰도 돼?”
10대의 빨간책 같은 호기심을 불쑥 뱉어버린 것도.
“나 가져. 네 여자로 만들어줘.”
너무 좋아해서 절절했던 마음도, 나는 늘 그 애를 저만치 앞서갔다.
첫사랑이란 원래 설익은 채로 끝나는 법. 그런데 그 애는 매주, 아니 매일 눈앞에 나타나 그 시절의 상처를 고집스럽게 들쑤신다.
너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말, 미안해.
어둑한 마음에 비친 한 줌 햇살 같았던 우리의 시간을 기억해.
긴 세월이 지났지만,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해.
***
축구 유니폼 상의에 둥글게 구겨 넣은 몸통을 재경이 가뿐히 들어 올렸다. 파랗고 커다란 공 같은 꼴로 재경에게 안겨 있다 보니 어느새 침실이었다.
침대에 내려앉은 유진은 허덕거리며 그의 어깨를 짚었다.
“재경아, 너, 너 있지. 단단히 바람든 것 같아.”
“응, 맞아, 너 때문에.”
그 순간, 유진은 명백히 깨달았다. 축구선수의 체력에 늦바람이 붙으면 무섭다는 걸.
남자의 웅장한 상체가 오전의 햇빛을 반사해 유진의 눈을 어지럽혔다. 얼굴을 바짝 들이대온 재경이 더운 숨결을 은은히 흘렸다.
“그러니까 책임져.”
*표지 일러스트 : 메이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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