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진짜, 사랑하긴 했나?”
열여덟의 첫사랑.
스물의 첫 남자.
스물하나엔 남편.
사랑해서 한 결혼이었다.
막 심장이 뛰기 시작한 핏덩이를 터무니없이 떠나보냈을 때도,
입에 담기 힘든 시집살이를 견딜 때도,
오로지 사랑, 그 이유 하나로 버텨 냈다.
하지만 그 대가는 참혹했다.
“태헌이는 어째서 너만 잊어버린 걸까?
지우고 싶었거나 치우고 싶었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니?”
사고로 인한 해리성 기억상실.
그리고 나만 잊어버린 남편.
“그만 헤어져요. 이혼해요, 우리.”
서연은 기꺼이 사라지기로 했다.
다시 찾아온 아이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 * *
“이혼이 그렇게 쉽나?”
“왜요. 내 몸이 아쉬워서 그래요?”
“뭘 해 봤어야 아쉽지.”
문태헌은 오래전 끊었던 담배를 다시 입에 물며 반쯤 뭉개진 발음으로 빈정거렸다.
“알다시피 해 봤던 건, 기억이 안 나네.”
“어머님한테 이혼 안 하는 이유가 욕구 때문이라고 했다면서요.”
“그건 하고 싶다는 얘기고.”
서연은 혼자만 여유가 넘치는 그의 모습이 정말이지 미치도록 약이 올랐다.
“그럼 사서 써요. 한 번 할 때마다 송화채 부지 3평씩 어때요?”
그래서 기꺼이 싸구려를 자처했다.
“몰랐던 거 아니잖아요. 내가 당신 돈 보고 결혼한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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