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4호에 묵어요.”떨리는 마음을 억누르고, 눈앞의 남자에게 유혹의 손길을 뻗었다.낯선 이와의 하룻밤쯤은 아무것도 아닌 여자인 것처럼.어두운 조명 아래에서도 또렷한 이목구비, 깎아지른 듯 서늘한 턱선, 넓은 어깨와 곧은 등.저런 남자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초조함에 손을 말아 쥐었다.쉽지 않을 것만 같은 그 남자의 입에서, 마침내 원하던 말이 흘러나왔다.“그거, 나랑 자고 싶다는 이야기입니까?”오늘, 반드시 이 남자를 유혹해야 한다.채유주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현승혁을 유혹해 하룻밤을 보내는 것.그래서 공설아의 결혼을 망가뜨리는 것.유주는 기꺼이 미소를 지었다.“맞아요. 당신이랑, 자고 싶어요.”* * *죽을 만큼 괴롭고 힘들었던 시간이었다.“설아야,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이유가 대체 뭐야?”간절하게, 정말 간절하게 물었었다. 제발 그만하길 바라면서.설아는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리며 비웃는 듯한 미소를 짓더니, 한마디를 내뱉었다.“그냥.”너도 한번 빼앗겨 봐, 공설아.내가 어떤 심정이었는지 너도 느껴 봐.원수의 결혼을 망쳐 버릴 수 있는 단 하루.나는 오늘 원수의 남자를 빼앗으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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