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호에게 해인은 그저 지켜줘야 할 대상이었다. 스물넷이 된 지금도, 명목상 '약혼녀'인 해인을 그는 단 한 번도 여자로 본 적이 없었다. 그날도 언제나처럼 나를 챙겨주는 척 앉아 있던 자리.다른 게 하나 있다면—그의 스캔들 기사를 보고 왔다는 것.바로, 내 생일 당일에.“나 선물로 받고 싶은 게 하나 생겼거든.”"줘야지, 무려 이해인이 직접 부탁까지 하는데.""내가 뭘 부탁할 줄 알고."태연하게 웃으며 말했지만,그건 나 혼자 하는 마지막 작별 인사 같은 거였다.정말 다 끝내려고, 내 마음에서 이제는 그를 잘라내기 위해서.이건 사소한 복수였다. 차정호의 '약혼녀'라는 타이틀을 버리기 전에 마지막으로 저질러보는 복수라는 이름의 남은 미련일지도.“나 안아 줄 수 있어요?"내가 뭘 부탁할 줄도 모른 채,가볍게 수락하던 그의 얼굴이서서히 차갑게 식어갔다.“이렇게 겁을 먹어서야 뭘 할 수가 있나.”그제야 알았다.나 혼자 끝낸다고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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