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도 그 남자를 잊은 적이 없었다.
엄마가 밀어 넣은 괘종시계 속에서 어린 양처럼 숨어 웅크리며 떨고 있을 때,
“여기 있었네, 우리 애기.”
섬뜩하게 웃으며 얼굴을 들이대던 그의 얼굴을.
“잘 숨어 있어.”
자비를 베풀 듯 못 본 척 돌아서던 그의 뒷모습도 잊지 않았다.
엄마는 죽어서 돌아왔으니까.
***
대한민국 최고의 방산 회사 대표, 사강준. 아름답고 위험하며 또 비밀스러운 남자.
강준이 만든 무기 중 최고의 걸작은 아마 그 자신일 거라고, 서영은 생각했다.
그의 비서로 머물며 그녀가 원하는 건 하나였다.
“보고 싶어요. 숨겨져 있는 거.”
그가 감추고 있는 것들.
“그럼 내가 보여 주고 보고 싶게 만들어 봐.”
“어떻게 하면 되는데요?”
“알잖아, 너. 내가 무슨 말 하는지.”
강준이 꽃을 쥐지 않은 손으로 그녀의 턱을 들어 올렸다.
“이 말 듣고 싶어서 꼬리 친 것 아니야?”
강준은 이미 그녀의 하찮은 유혹을 알고 있었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붙잡힌 시선은 이미 그의 검푸른 눈동자에 단단히 갇혔다.
“괜찮아. 나도 끌렸으니까.”
일러스트: 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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