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나뭇가지에 작은 새가 [단행본]

메마른 나뭇가지에 작은 새가

너도 알지? 로일. 나의 나날들은 지루하기 짝이 없는 것 말이야.
“이번 신입생 대표는, 하프네 폰 드렐리아 황녀 전하이십니다.”
아카데미도 황궁과 다를 바가 없었어. 드렐리아 가문은 황가인 동시에 황실 아카데미의 주인이었으니까. 입학식을 기점으로 아카데미의 모두가 내게 잘 보이려 애썼지.
단, 한 사람만 빼고.
“이 새 황녀 전하가 쏘신 건가요?”
네 손에 있는 건 숨을 헐떡이는 작은 새였어. 인사치레도 없이 뱉는 질문이 너무 무례했고 어처구니가 없었어. 그래서 그냥 고개를 끄덕였어.
“아직 새끼인데… 너무 하시네요.”
그때 네가 뱉은 첫마디가 아직도 머리를 울려.
*
“내가 네 새를 실수로 죽였고, 보상을 해줬다는 이야기는 사실이니까 그대로 가지. 그걸 계기로 여러 번 만났고… 데이트하던 중 네가 나한테 구애했다고 하자.”
“제가 황녀 전하께 구애를요?”
물론 이번에도 당당히 고개를 끄덕였지. 원래도 많은 영식들이 내게 구애했으니 네가 구애자가 되는 편이 자연스럽지 않겠어? 그렇지만 넌 기가 찬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 그 얼굴 무척 재밌더라.
“더 자세한 계획은 다음에 짜도록 하지. 시간이 늦었어.”
“예, 그게 좋겠습니다.”
사냥터를 나서 아카데미 후문으로 향했어. 후문에 도착해서 헤어지려던 찰나였어.
“한데 황녀 전하.”
날 부르는 저음에 뒤돌았어. 여전히 어처구니없다는 네 표정을 발견할 수 있었어.
“제가 전하께 구애할 이유가 뭡니까?”
너무 예상 밖의 질문이라 놀랐지 뭐야. 그렇지만 답은 명백했지.
“난 예쁘잖아.”
“…….”
“잘 가, 로일.”
최대한 생긋 웃으며 답하며 다시 돌아갔어.
근데 로일, 너 부정은 못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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