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바로 봐. 지금 네 위에 올라탄 놈이 누군지. 네 처음을 가져가는 파렴치한이 누군지.”
딱 하룻밤 흐트러졌을 뿐인데 대가는 가혹했다.
“제가 비서 자리를 수락한 건 온전히 제 선택입니다. 대표님께서 강제하신 게 아니라요.”
“내가 더러운 사리사욕으로 백소진 씨를 불렀다는 걸 알면서도, 온전히 자기 의지다?”
독하게 밀어 낼수록 정헌은 더욱 집요한 광기만 드러낼 뿐이었고,
결국엔 그녀가 지켜야 할 것들까지 무자비하게 흔들어 놓았다.
“지킬 게 없어진 넌, 얼마나 예쁠까.”
흥미와 정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위험한 남자를,
소진은 이 악물어 가며 외면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전 대표님 안 좋아할 거예요.”
“그래. 백소진 씨 독하지. 근데 나도 만만찮게 미친놈이거든. 그러니까 두고 보자고. 독기와 광기 중에 누가 이길지 말이야.”
이미 한번 함락되어 버린 요새였다.
다시 문을 걸어 잠갔다 한들 공략법을 아는 침략자의 공격을 언제까지 막아 낼 수 있을까.
소진은 점점 버거워지고 있었다.
* * *
정헌이 처음부터 소진에게 큰 마음을 바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그녀의 상냥함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사실, 함락된 건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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