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불행이 찾아왔다.
고생만 하던 엄마가 죽고, 술과 노름에 찌들어 집 나간 아빠의 사채 빚이 고스란히 그녀 앞으로 떨어졌다
“이번엔 세 장, 3억! 가진 거라곤 몸뚱어리 하나밖에 안 남은 게 어디서 비싸게 굴어! 3일 뒤에도 그렇게 큰소리를 칠 수 있나 볼까?”
그렇게 처참히 무너진 날, 그가 나타났다.
“이현서 씨는 나와 결혼을 하게 될 겁니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든 남자가.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 선 남자가.
우아하게 손을 내밀었다.
“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저급한 인간들이 감히 닿지 못할, 높은 곳으로 올려 줄게요.”
귓가를 어루만지는 다정한 음성과 함께 남자가 더할 나위 없이 근사한 미소를 지은 순간, 현서의 등줄기를 따라 소름이 돋았다.
* * *
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아버지와 그의 내연녀 그리고 배다른 동생까지.
엄마의 죽음을 목격한 날, 어린 주환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어졌다.
단 하루도 편히 잠든 적이 없었다. 오직 복수 하나만을 위해 긴 시간을 버티고 버텼다.
드디어 고지가 코앞인 어느 날, 그녀가 나타났다.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둔 그 애와 꼭 닮은 그녀가,
제가 짠 판 위에서 움직여 줄 절박한 여자가,
감춰 뒀던 기억을 자꾸 끄집어낸다.
“주환 씨.”
말간 눈으로 저를 올려다보며 제 이름을 부를 때마다, 만신창이로 찢어져 딱딱하게 굳은 심장에 온기가 돌았다.
‘자꾸 그런 눈으로 나를 보면, 내가 너를…… 침범하고 싶어지잖아.’
현서의 눈가에 물기가 고이자, 간신히 붙들고 있던 주환의 인내심이 툭 하고 끊어져 버렸다.
“멈추고 싶으면, 지금 말해. 시작하면, 멈추는 일은 없을 테니까.”
* * *
가장 높은 곳에서 추락하기 위해 복수의 칼날을 쥔 남자 주환.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절대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없는 기구한 여자 현서.
거부할 수 없는 강한 운명의 그림자가 두 사람을 드리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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