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류하는 완벽한 남자였다.대한민국 법조계의 젊은 거물. 국내 제일 로펌의 차기 권력자.“젖은 꼴이 참 볼만합니다.”그리고, 여린의 아버지를 함정에 빠뜨린 장본인.“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모르겠어요.”조롱인지 탄식인지 모를 말을 뱉으며 그가 픽 웃었다.“누가 보면 내가 몹쓸 짓이라도 한 줄 알겠네.”아버지를 찾아 정처 없이 헤매는 여린을, 그는 끈질기게 따라다녔다. 사냥의 순간을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집요하고 능란한 포식자처럼.“영 모르겠다 싶으면 찾아와요. 혹시 압니까. 내가 성심껏 알려 줄지.”유능한 변호사였던 여린의 아버지가 실종된 지, 어느덧 석 달째.사랑하는 아버지를 되찾기 위해, 여린은 그에게 위태로운 제안을 건넨다.자신과의 위장 결혼에 동의해달라고.그 결혼을 끝내는 날, 위험한 계약의 대가를 치르겠노라고.“이 거래의 끝에 뭐가 있을지, 궁금하지 않습니까?”***“우리, 결혼해요.”여린이 블라우스로 손을 가져갔다. 떨리는 손끝이 자꾸만 미끄러졌다.남자는 그런 여린을 집요하게 주시했다. 서느런 눈빛에 검푸른 욕망이 일고 있었다.“내 인생 룰이 뭐였는지 압니까.”남자의 눈동자가 위험하게 빛났다. 커다란 손이 여린을 바짝 끌어당겼다.“첫째,”탁한 목소리가 귓가에 속삭였다.“먼저 벗는 여자를 믿지 말 것. 둘째,”더운 숨이 목덜미에 흩어졌다.“벗겨보고 싶은 여자도 믿지 말 것. 그런데,”기다란 손가락에 툭, 툭, 단추가 풀려나갔다. 여린이 몸을 옅게 떨었다.“내가 지금 뭐 하는 짓거리일까.”남자가 여린에게 입술을 묻은 채 낮게 웃었다. 짙은 자조가 묻어나는 웃음이었다.“말해 봐요, 변호사님. 내가 자꾸 등신처럼 왜 이러는지.”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