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가 몇인데, 재이야. 그동안 만난 여자가 한 명도 없었다면 그게 더 못 믿을 말이지 않아?”“…….”휘주는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긁적였다.“서재이.”휘주가 나직이 부르며 주머니에 손을 꽂았다. 그리고 낮게 숨을 뱉고 발을 떼려던 휘주가 멈칫했다.“그래, 오빠 나이가 몇인데. 오빠 말대로 안 보고 지낸 시간이 더 길어. 그동안 오빠가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내가 어떻게 알겠어. 알고 싶은 마음도 없고.”“그런데 왜 화가 났어.”한 발 뒤로 물러선 재이가 희미하게 웃자 휘주 눈매가 꿈틀거렸다. 그저 재이의 귀여운 질투 또는 어설픈 분노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재이의 차분한 태도와 웃음이 걸렸다. 아무래도 예감이 좋지 않았다.더군다나 뒤로 한 발 물러선 것은 더더욱 불길했다.“오빠. 자랑스러워? 전 애인이 나타나 오빠에 대한 소유권을 내게 주장하는 게 자랑스럽냐고. 나한테 오빠와 무슨 짓을 했는지 낱낱이 까발리며 나를 조롱했는데, 오빤 아무렇지도 않아?”“······!”“몰랐다면 모를까 알게 됐는데 내게 할 말이 고작 그 말이야? 나와 했던 모든 짓 들을 그 여자와도 했다는 거잖아. 내가 어떤 기분일지 전혀 예상이 안 돼? 아니면 잘난 강휘주를 만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거야?”휘주 얼굴이 서늘해졌다.“그런 거라면 내가 안 해.”“뭘.”“그게 뭐든 다. 강휘주와 인제부터 안 한다고.”재이가 돌아섰다.멀어지는 재이를 보며 휘주가 피식거렸다. 고갤 들고 긴 숨을 뱉은 휘주가 혀로 입안을 쓸었다.“꼬맹이 서재이가 단단히 화났네.”그런 줄로만 알았다. 자만으로 안일하게 생각했던 지금이, 얼마 지나지 않아 뼈저린 후회로 돌아올 거라는 걸 휘주는.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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