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저 왕녀가 되어라.”
피와 눈물이 보석이 되는 인어의 후손, 키코니아.
레뎀은 왕실에 갇혀 학대받던 그녀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사랑해요. 제 모든 걸 드릴 수 있을 만큼.”
그것이 거짓된 구원인 줄도 모르고 사랑에 빠진 멍청한 여자.
“당신을 닮은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당신처럼 상냥하고, 다정한.”
비천한 노예 계집 주제에 감히 저와 가족이 될 수 있을 거라 망상하는 우스운 여자.
그렇기에 그녀의 쓸모가 다했을 때, 레뎀은 속삭였다.
“날 사랑한다면.”
“죽어줘, 키코니아.”
*
한낱 노예를 고귀한 왕녀로 둔갑시킬 만큼 불가한 일을 가능케 만드는 남자.
레뎀 프레이저.
그는 나의 유일한 구원이자 삶의 이유였다.
그렇기에 사랑했다.
나의 피와 남은 생을 모두 바칠 만큼.
하지만.
“돌아가세요.”
“저는 더 이상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죽었다.
당신이 내게 죽으라 명한 그 순간부터.
“제발… 키코니아.”
그런데, 왜.
“다시 돌아와줘.”
왜 이제 와 사랑을 말하는가.
이미 내 마음은 물거품이 되어 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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