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뛰어서 내려가야지, 소율아.”
도혁의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다가왔다. 소율은 뒤로 한 걸음씩 물러섰다. 그의 존재가 믿기지 않았다. 분명 엔진 소리는 멀어졌고, 차가 멈추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는데.
그는 분명 별장으로 향했어야 했다. 그런데 왜 제 눈앞에 서 있는 것일까?
“그래야 잡는 재미라도 있지 않겠어?”
“어떻게…… 당신이 여기에…….”
소율의 입술에서 떨리는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도혁은 마치 그녀의 질문이 우스운 것 같다는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내가 몰랐을 거라고 단언한 게 더 놀라운데.”
소율은 그를 마주한 채 고개를 돌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뛰어서 도망친다면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런 희망이 그의 차분한 눈빛 하나에 산산조각 났다.
“하던 거 계속해.”
도혁의 목소리는 여유롭고 나른했지만, 그 속에 담긴 차가운 위협은 명확했다. 마치 그녀가 도망칠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도망가 봐, 백소율.”
100m도 안 되는 거리에 그가 우두커니 서서 조소를 흘렸다.
“나한테 잡히지 않게.”
그 시선 속에 조롱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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