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골에 볼만한 게 있었네.”
평화로운 일상이었다. 그 남자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아스팔트도 깔려 있지 않은 이 시골 바닥에,
그가 검은 외제 차를 끌고 들이닥친 날부터 모든 게 바뀌었다.
“아저씨, 깡패예요?”
건들건들한 게 어디 현장 용역인 줄 알았더니, 이런 인간이 대표란다.
그것도 이 마을을 뒤집어엎으려고 작정한 대한민국 굴지의 건설사 대표.
"이 동네 사람들은 욕심이 참 많아."
"저기요, 지금 돈이 문제가 아니라니까요?"
마을과 고택은 남은 삶을 가까스로 붙들고 있는 아버지의 마지막 희망이었다.
돈으로 세상 모든 걸 쥘 수 있다고 믿는 듯한,
오만하고 가증스러운 저 남자에게만은 절대 이곳을 내줄 수 없었다.
"가진 거 다 팔아대 봐. 그럼 꺼져 줄 테니까."
“저 가진 거… 하나도 없어요.”
“있잖아.”
그가 고개를 반쯤 기울인 채 눈동자를 아래로 떨어트렸고,
눅눅한 시선이 그녀의 몸을 노골적으로 훑어 내렸다.
고택도, 몸도, 마음에도 값을 매기려 달려드는 인간.
“서로 밑질 거 없을 텐데.”
이곳을 반드시 재개발하겠다는 석태준의 집념에,
이제는 해수 자신까지 손안에 넣겠다는 욕망이 덧씌워졌다.
그런데 저 욕망 가득한 남자에 제가 흔들리는 건 뭔지.
딱, 개꼴. 비참해진 그녀의 입가에서 비릿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제가 팔아 대는 거에 이골이 나서… 차라리 그쪽이 팔래요? 딱히 비싸 보이지도 않는데.”
그가 짜 놓은 판에 놀아나기 싫어 괜한 객기를 부렸다.
그러면 안 됐는데…….
“…애기야, 그러다 너 오늘 잡아먹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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