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을 몰랐던 온실 속의 삶. 세상은 언제나 눈부신 장밋빛이었다.
그 온실이 산산조각 나던 날, 그는 칼날처럼 파혼을 통보했다.
그리고 지금, 한주원은 다른 여자 앞에서 완벽하게 잘라낸 스테이크 접시를 밀어주고 있었다.
약혼했던 시절, 단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서비스였다. 부탁해 본 적도 없었지만, 그는 그런 다정함을 베풀 남자가 아니었다. 적어도 오채현에게는.
채현에게는 결코 보여주지 않았던, 부드러움이 넘실거리는 미소가 그의 입가에 걸려 있었다.
“어머, 상무님 은근 자상하시네. 이러면 내가 불안해지는데?”
세라의 미소에는 승리한 자의 자부심이 넘쳤다.
“뭐가 불안합니까?”
“그 얼굴에 자상함까지 장착하시면 다른 여자들이 반하잖아요. 괜히 미움받기 싫단 말이에요.”
“칼질 한 번에 그런 말을 들을 정도면 그동안 내가 쓰레기 짓만 했나 보네.”
한주원의 시선이 잠시 허공을 스쳤다.
화장실을 나서는 채현의 팔을 누군가 거칠게 낚아챘다. 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놔!”
“그새 버릇이 없어졌네.”
익숙하지만 싸늘한 목소리. 채현은 이를 악물었다.
“나쁜 자식.”
곱게 자란 인생에서 욕설을 뱉을 일은 없었다. 그 처음을 안겨준 것도, 두 번째를 안겨준 것도 이 남자다.
“그래, 나는 나쁜 새끼지. 그럼 서이훈은 착한 새끼고?”
“세라랑 사귀면서 어떻게 나한테…! 양심이라는 게 조금이라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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