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살해당한 날 남편이 사라졌다.
다리가 불편하던 나를 지극정성 보살피던 다정한 남편이었기에
나는 조금도 그를 의심하지 못했다.
그가 아버지를 살해하기 위해 나와 위장 결혼한 살수라는 걸.
얼마나 우스웠을까.
아버지를 죽일 살수를 사랑한 내가……
그가 내미는 부드러운 손길에
내 이름을 속삭이는 다정한 목소리에
속절없이 여린 속살을 내보이던 내가
얼마나 한심했을까……
그런 당신도 이것만은 몰랐겠지.
당신이 사라진 이후 내 안에 당신이 뿌린 씨앗이 움텄다는 걸.
걱정하지 마.
아이에겐 아빠는 죽었다고 일러둘 테니.
부디 건강하게 살아 있길 바라.
내가 복수라는 칼을 쥐고 당신의 코앞까지 찾아갈 때까지.
나를 기만한 당신에게.
일러스트_maybezin
타이포 디자인_mae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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