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은재에 대한 소문을 들었을 때만 해도 제헌에겐 특별한 감상이랄 게 없었다.
닳고 닳은 바닥에서 널린 쓰레기와
그런 쓰레기가 부르짖는 순정을 믿는 순진한 여자.
제 생각보다 예뻤으나 그렇다고 눈을 뗄 수 없을 만큼은 아닌 여자.
아니, 오히려 수수하다 여겼던 여자.
하지만 배려가 지나쳐 호구라고 여겼던 여자가
사실은 그 누구보다 빛나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된 순간,
제헌은 깨달았다.
“……아, 이건 사고인데.”
속절없이 여자에게 빠져들어 버린,
불가항력적인 사고.
***
여자의 동그란 눈에는 의문이 가득 들어찼다.
제헌은 반짝반짝 빛이 나는 눈이 열에 들떠 흐려지면 어떤 빛을 낼까 궁금했다.
그의 음험한 속내를 알 리 없는 은재가 의심스레 물었다.
“이렇게 불공정한 계약을 해주는 이유가 뭐예요?”
제헌은 당장이라도 그녀의 입술을 물고 싶은 욕망을 참아내며 대답했다.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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