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를 원수로 갚고 떠난 제자님이 여기 계시네.”
살을 에는 듯한 추위 한가운데서 눈을 맞고 있던 겨울은,
예고 없이 나타난 남자를 멍한 눈으로 응시했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은혜.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
“네가 졸업식 날 내게 불러 줬어야 할 노래지. 그치, 한겨울.”
서늘하고 무미건조한 어조에 높낮이라곤 전혀 없었다.
귀에 익은 가사가 심히 낯설고 어색할 뿐이었다.
도겸이 굳어 있는 그녀를 보며 픽 웃었다.
흐른 세월을 곱씹을 틈도 없이,
겨울은 얼마 전 식사 자리 상대가 그였다는 사실에 놀라고 말았다.
“……어떻게요? 아니, 대체 왜요?”
“그러게, 주인공이 왔으면 좀 좋아.”
“…….”
“반쪽짜리 상견례는 더는 없어야겠지?”
한 번 더 파투 냈다간 어떻게 될지 알아서 하라는 듯한 위압적인 눈빛이었다.
“그럼 다음 상견례에선 꼭 보자. 겨울아.”
겨울은 사제지간에 쉬이 오갈 수 없는 단어를 곱씹으며 바보처럼 눈만 깜빡였다.
곧 그가 의미심장한 말을 끝으로 유유히 등을 돌렸다.
“이제라도 스승의 은혜에 제대로 보답할 기회를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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