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끝, 가을숲이 금빛으로 물드는 롤리레인에
삶의 모든 즐거움을 저버린 여자가 찾아왔다.
두 뺨을 물들인 젊음조차 제 것이 아닌 양, 지치고 쓸쓸한 모습으로.
낡은 저택에는 실성한 공작이 산다는 소문이 돌았다.
가진 것을 모조리 잃고 몰락한 남자는 과연 형편없이 망가져 있었다.
그럼에도 부서지지 않은 마음과, 올곧은 눈빛이 마침내 로잘리를 움직였다.
“당신은 어여쁜 하얀 드레스가 어울리는 소녀가 되고, 나는 그 소녀를 짝사랑하는 이웃집 소년이 되어 함께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난 아주 엉망진창인걸요.”
“그러면, 그런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방식으로 사랑하면 되겠지요.”
또 한 번의 사랑이 짓밟고 가면 제겐 무엇도 남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도 속절없이 그에게 끌려가는 마음이 그저 원망스럽기만 했다.
……그러니 시간이여,
내 사랑에 그대는
흔적을 남기지 말지어다.
일러스트: 약사/유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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