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니 신랑, 기억이 돌아온 기라. 우짜겠노. 기억이 돌아왔으니 원래 살던 데로 돌아간 거지.”
할머니가 바다에서 구조해 데려왔던 남편은 기억을 되찾고 홀연히 떠나버렸다.
기억이 돌아왔다고 해도 두 달간 살을 맞대고 살았던 사람에게 어떻게 작별 인사조차도 없이 가버릴 수 있을까?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하리는 남편을 찾아 서울로 간다.
하지만 다정했던 남편은 온데간데없고 차갑고 잔인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 재벌 2세 차강현만 있었다.
“사고 나기 전에 난 약혼녀가 있었어. 곧 결혼할 거야.”
그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시끄러. 울지 마. 여자애 징징대는 소리, 딱 질색이야.”
하루아침에 그녀의 결혼이 삭제되었다.
***
“넌 내가 남편이라는 착각을 아직도 하는 것 같네.”
강현의 목소리가 낮고 묵직하게 가라앉았다.
“섬에서 부부로 하던 짓들 다 하고 싶어?”
“…네.”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줄은 알고 있는 거지?”
“알아요.”
“후회할 텐데.”
“후회해도… 좋아요. ”
이게 마지막일 수도 있어…. 그러니까… 지금만은 이 사람을 다 가지고 싶었다.
“네가 뭔가 착각하는데… 난 지금 그 섬에서의 춘봉이가 아니야.”
“........”
“그때 그놈은 내 안에 없어. 그게 무슨 말인지 알아?”
“…….”
“그때처럼 다정하게 널 안을 거란 착각은 하지 않는 게 좋아.”
하리는 그래도 기뻤다. 단지 몸일 뿐이라도 그의 일부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그 사실이 벅찼다.
“전에는 이러지 않았…잖아요.”
“난 차강현이야. 나랑은 처음 하잖아.
강현은 결국 지우고 싶었던 결혼을 되찾기 위해 정략결혼을 삭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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