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낙원 [독점]

실낙원

“많이 컸네.”
뻣뻣하게 굳어 버린 윤영원은 피할 수도 없이 정사헌을 올려다보았다. 빛 한 점 담기지 않는 눈동자가 갸름한 얼굴을 찬찬히 훑었다.
“처음 본 게 갓 스물이었는데… 지금은 스물일곱인가.”
나이를 헤아리는 목소리와 함께, 시린 눈길이 부어오른 뺨에 머물렀다. 응어리 진 감정이 그 안에서 요동치자, 영원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젠 어린 티도 안 나고.”
애써 밟아 두었던 첫정이 잡초처럼 고개를 들려 했다. 이를 악문 영원은 사헌을 외면하려 목에 힘을 주었다.
“저, 그동안 남자 친구도 있었어요. 연애도 여러 번 했고요.”
거짓을 자아내는 숨소리가 잘게 떨렸다. 갓 스물은 세상 물정을 모른다는 핑계라도 댈 수 있지, 스물일곱은 모른 척을 할 수도 없는 나이였다.
후원자의 아들과 후원을 받던 음대생. 강신그룹 경영권자와 피아노 학원 강사.
가뜩이나 평행선을 그리던 신분은 그 간극마저 넓어진 지 오래였다. 넘지 못할 선을 탐하며 첫사랑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건 지금까지로도 충분했다.
“주제 파악도 못 하고 달려들던 그때랑 달라요.”
“잘됐네.”
탄내를 풍기는 손이 검은 상복에 다다랐다. 마른 몸이 돌려세워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사헌은 가냘픈 어깨를 감싸 쥐었다. 영원의 벌어진 옷깃 사이로 뽀얀 살결이 은근하게 드러났다.
“스물일곱 살에, 그동안 만난 남자도 많으면.”
굵다란 손 마디가 그녀의 옷깃을 여미어 주었다. 눈 밑까지 발갛게 물들인 영원과 달리 사헌은 고약하리만치 담담했다.
“적어도 전처럼 아프다고 울지는 않을 것 아냐.”
아버지의 묘 앞에서 그의 애첩을 욕망하는 아들도 있을까. 단단한 손끝이 검은 상복과 대조되는 연약한 목덜미를 뭉근하게 쓰다듬었다.
“할 때마다 좁아서 미치는 줄 알았거든.”
짙은 눈에 이채가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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