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번째 생일날, 아버지로부터 한 살 어린 소년을 선물받았다.
훗날 내 남편으로 삼을 소년이라고 했다.
어렸음에도 아름답고 강한 그에게 나는 마음을 내주며 헌신했다.
그러나 가문을 독차지하고 내 남편이 된 그가 침실에서 속삭인 건 사랑이 아니었다.
“하룻밤 같이 보내 줬다고 그새 기고만장해졌군. 당신이 뭘 바랐는지는 알겠는데, 그런 기대는 내려놓는 게 좋을 거야. 당신한테 그리 당해 놓고도 사랑을 속삭일 만큼 내가 멍청하진 않으니까.”
그는 말했다. 나와 밤을 보낸 건 몸이 동해서였을 뿐이라고.
애정 같은 건 품지 않았노라고.
그에게 있어서 나는 제 가족을 죽인 원수에 불과했다.
누구도 해친 적 없다고 해명해도 통하지 않았기에 그의 분노를 그저 묵묵히 감당해야만 했다.
“넌 죽을 자격도 없어. 내 곁에서 평생 후회하고 절망해. 그게 나에게 속죄하는 유일한 방법이야.”
그는 내 삶 위에 군림하며 내게서 죽을 권리마저 앗아 갔다.
구질구질하게 살아남아 비참히 망가지라는 듯이.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오직 하나, 도망치는 것뿐이었다.
* * *
오스윈은 네레사가 남기고 떠난 서신의 마지막 문장을 읽었다.
[당신도 나를 잊도록 해. 자신을 위해서라도.]
심장이 천천히 짓눌려 뭉개지듯 묵직한 통증이 가슴께에 번졌다.
주인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 홀로 우두커니 남겨진, 버림받은 개가 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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