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너무 재미없다.
분명 그런 생각을 하긴 했지만,
2년 전 헤어졌던 연인이 찾아오길 바란 건 아니었다.
“의사가 한 2년 정도의 기억을 잃은 것 같대.”
그것도 기억 상실증에 걸린 채로.
“네 말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그러면 어떡할까. 펑펑 우는 엄마 보면서도 네 얼굴만 떠오르는데.”
“……됐고, 다시는 이렇게 찾아오지 마.”
은조는 그렇게 서주를 지나치려고 했다.
“뭐가 마음에 안 들어서 나 버렸는데. 그것만 말하고 가.”
그 한마디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이별을 통보하고,
찾을 수도 없게 번호를 바꾸고, 회사까지 그만뒀으면서.
“은조야, 거짓말도 정도껏 해. 내가 너한테 그랬을 리가 없잖아.”
그는 이제 이별의 책임마저 그녀에게 떠밀었다.
“그래서 그런 거 다 겪고 나니까, 이제 정말 나한테 아무 감정 없어?”
기억 상실증이라는 면죄부를 쥔 서주는 은조를 놓아줄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근데 감정이 안 생기려야 안 생길 수가 없는 조건이 됐을 텐데?”
“착각하지 마. 나는 네가 회장님 손자인 줄 알았으면 절대 안 만났을 거야.”
“왜. 신입사원 이서주는 꼬시기 쉽고, 전무 이서주는 꼬시기 어려워?”
“뭐……?”
“그게 아니면 꼬셔 봐, 한 번. 내가 넘어가 줄지도 모르잖아.”
2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들의 이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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