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나 결혼은 필요 없고.”“…아.”“너 닮은 아이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별로 어렵지 않은 일이잖아.”별채에 살던 운전기사의 아들, 하유신.그는 주인댁 아가씨 가현의 첫사랑 상대였다.“아가씨. 아가씨는 좋은 것만 보고, 맛있는 것만 먹어야지. 그래야 좋은 일만 생기잖아. 안 그래?”별채가 불에 타 사라진 지 15년, 다시 재회한 그는 더 이상 어리숙한 소년이 아니었다.그가 내뱉는 모든 말이 제정신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렇게, 부르지, 마….”“부르지 말라니. 이렇게 좋아하는데.”다정하고 상냥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담긴 진심을 모를 만큼 가현은 이제 어리지 않았다. “평소대로 해. 그럴수록 너만 힘들어지잖아.”바로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을 지금 가현은 매일같이 그와 저지르고 있었다. 이건 ‘저지른다’는 말 이외에는 어떻게도 설명되지 않았다. 이렇게 서로를 미워하고 원망하면서도 미친 사람처럼서로를 탐하고 매달리는 일이 정상적인 관계라고는 볼 수 없었으니까. “알아, 네 잘못은 아닌 거.”“…….”“근데 내 잘못도 아니잖아.”물론 이 미친 관계의 끝을 정하는 것 역시 유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가현에겐 이 관계의 끝을 정할 자격이 없었다. “앞으로 펼쳐질 엿 같은 상황도 그냥 받아들여. 나처럼.”가현은 사방이 막힌 코너에 몰아세워진 후였고, 칼자루는 이미 유신의 손에 쥐어진 지 오래였으니까.(15세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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