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에게 세상은 처음부터 불공평한 곳이었다.“암막 커튼이 두꺼워서 아무 소리도 못 들었어요. 진짜예요. 맹세해요. 아버지 이름이라도 걸게요.”아버지란 이럴 때가 아니면 써먹을 데도 없는 존재였다.“임시직이면 어차피 다시 볼 일 없겠지.”“그럼요.”“곤란해지고 싶지 않으면 나가서도 입 조심하는 게 좋을 거야.”“명심하겠습니다.”사는 세계가 다른 사람이었다. 그러니 당연히 다시 만날 일 따위도 없으리라 확신했다.직장 면접에서 그와 맞닥뜨리기 전까지만 해도.“359번, 이수연 씨?”그 역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이력에 유난히 알바 경력이 많은데. 독립적인 성격이란 걸 어필하고 싶은 건가?”질문 의도는 뻔했다.대놓고 떨어트릴 생각인 거다.“의지하고 싶어도 의지할 부모님이 안 계셔서요.”“하긴. 고아인 게 죄는 아니지.”“그걸 또 콕 집어서 ‘고아’라고 말씀하시는 분은 처음이네요.”“…….”“무례하다고나 할까.”“그러는 이수연 씨는 무례한 게 아닌가? 듣는 사람 불편하게 알고 싶지 않은 사실까지.”“제가 고아라 불편하셨나보네요.”어차피 망한 면접. 입에서 나오는 대로 참지 말고 다 뱉어버리자 싶었다.“거래를 하고 싶은데. 이수연 씨하고.”다 끝났다고 생각했는데.“합격시켜 준다고. 대 유성 그룹에.”뜻밖의 제안이었다.“대신 조건이 있어.”도혁이 내건 요구 조건은 석 달간의 애인 역할.“그날 봤잖아. 나한테 달라붙는 진드기. 난 지금 귀찮은 진드기를 떼어낼 도구가 필요해.”도혁은 모르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진드기가 수연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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