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히 섞일 수 없는 운명이었다. 서로 몸이 바뀌기 전까지는.
파산과 파혼으로 몰락한 자작 영애, 이리엔 브라이트.
과거를 숨긴 채 가정교사 일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던 그녀의 목표는 단 하나, 남부에서 정체를 들키지 않고 목돈을 벌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뿐이었다.
오직 그것뿐이었는데…….
“지금 제가 공작님 몸을 도둑질했다는 거예요?”
“내가 그쪽 몸을 도둑질할 이유는 없잖아. 안 그래?”
결혼상대를 찾으러 온, 오만하기로 소문난 젊은 포드모어 공작과 몸이 바뀔 줄이야.
심지어 이 끔찍한 일이 한 번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몇 번이나 반복되자 결국 이안 포드모어는 이리엔에게 계약을 제안해 온다.
“그쪽도 알다시피 난 올해는 결혼을 해야 하고, 앞으로도 숱한 만남을 가져야 하거든. 한데 난 그런 일 따윈 질색이라.”
“……그러니까, 저와 몸이 바뀌는 참에 그 일들을 해치워 버리겠다. 이 말씀이로군요.”
목표는 단순했다. 정반대인 서로의 삶을 완벽히 흉내 내어 이 사교 시즌을 마무리 짓는 것.
이안은 적당한 결혼 상대를 찾고, 이리엔은 무사히 근무를 마쳐 이 남부를 떠나는 것.
“공작님께선 정말 결혼만 하면 그만이신가 봐요.”
“그럼 사랑이라도 해야 하나.”
그 말을 할 적엔 몰랐다.
“이제는 그쪽 얼굴을 잊어버릴까 봐 겁나.”
“…….”
“안 잊어버리고 싶어졌거든.”
그 사랑에 빠져 모든 걸 내던지게 될 줄은.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