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남들은 안정을 찾을 나이에 뒤늦은 사춘기와 마주했다.
효광 그룹의 후광을 업고 정해진 루트를 따르던 삶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천세주가 10년 만에 눈앞에 나타났다.
그가 늘 그렇듯 예측할 수 없고,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그, 사람이 숨도 못 쉬고 꺽꺽거리다 보면 본의 아니게 남의 가슴쯤이야….”
“…….”
“얼마든지 만질 수 있지.”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지만, 갇힌 공간에서 저를 짓눌렀던 공포가 세주의 가슴을 쥐자마자 사라졌다.
문득 천세주라면 제 충동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였다. 그 충동이 가득 담긴 제안을 내뱉은 것은.
“세주야. 나랑 잘래?”
단번에 거절한 건 언제고, 다시 돌아온 그는 동의 의사를 밝혔다.
이후 원활한 관계를 위해 FWB 합의 계약서와 취향 설문지까지 작성했는데.
“넌 씨, 바깥일한다는 애가 그런 중요한 걸 까먹고 집에 두고 가냐?”
“야, 나 검은 옷 빨 건데 돌릴 거 있어? 오늘 날 좋아서 마당에 후딱 널게 얼렁.”
“저녁은 묵은지 막국수 하려고.”
도대체 왜… 천세주가 집에 안 갈까?
* * *
[안녕. 나 세주.
우리 여름 별장 근처에 살던 데이지 기억해? 걔가 새끼를 낳았대. 아빠가 나보고 키우고 싶냐고 물어봤어.
그런데 내가 키우고 싶은 건 너밖에 없어서.
우리 집에 올래?
내가 잘 돌봐줄게. 매일 같이 놀아도 주고 맛있는 것도 주고 턱도 긁어줄게.
생각해 보고 말해 줘.
너의 답장을 기다리는 세주가.]
[세주에게.
너 꼭 천둥벌거숭이 같다.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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