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에. 우리 초면 아닌데. 기억 안 나십니까? 저도 조금 전에 생각났습니다만.”
“······.”
빤히 쳐다보는 모양새가 무슨 뜻인지 알 거 같아 태범은 웃고 말았다. 웬 수작질이야, 하는 표정.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눈빛. 시연재 어르신이 아니었다면 욕설이 날아왔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탈리아 돌로미티 알페디시우시.”
“······.”
“케이블카. 당신에게 한국어로 물어본 일행.”
서진의 눈이 점점 커지는 걸 보며 태범은 입안 속살을 지그시 깨물어야 했다.
“아···. 그런데, 사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케이블카 안에서 말씀하신 일은 있었지만 그쪽이 그때 그 분인지는 모르겠거든요.”
순간, 태범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물론, 그때 여자는 공포심에 정신없었을 테니 저와 찬혁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제가 쉽게 잊힐 얼굴은 아닐 텐데.
***
‘두더지 같네요, 최서진 씨.’
“두더지? 두더지이?”
제가 그렇단다. 첫 만남에 어느 정도 성격을 파악했다 싶었는데 대면할 때마다 고개가 갸웃거려진다나?
“와아, 진짜. 생각하면 할수록 어이가 없네. 칭찬이야, 비꼬는 거야.”
대꾸를 못 했다.
그 순간 멍해져서 입을 달싹였던 건, 정말이지 분해서 지금도 씩씩거림이 멈추지 않는 걸 테다.
“두더지를 논하자면 내가 아니라 당신이지! 콱! 깨물면 속이 시원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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