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신하게 아내가 되겠다고 해야지.”
묵직한 남자의 호흡이 여자의 얼굴 위로 내리깔렸다.
아내를 요구하는 그는 얼마 전까지 민연주의 정혼자였던 한무진이었다.
대선 주자 한철수 의원의 외아들이자 진보 그룹의 후임 사장이 될 사람.
섬세한 조각처럼 근사한 남자.
“왜 이래? 우리 붙어 있으면 안 된다고.”
주변 공기까지 빨아들인 건지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저를 내려보는 지독스럽고 나타한 눈. 쓴웃음만이 입꼬리에 달랑거렸다.
대기업 딸로 사랑을 한 몸에 받았으나,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바뀌었다며 나락으로 떨어진 지금.
모든 게 바뀌고 정혼자마저 남이 되는 현실을 고스란히 받아들이기엔 너무 버거웠다. 심지어 친부모라고 나타난 아빠가 삼류 건달이었으니, 돈에 환장한 그가 부잣집에서 자란 딸을 그냥 둘 리 없었다.
“쉬이.”
긴 손가락으로 연주의 입술을 막고 고개를 삐뚜름하게 틀었다.
“우리가 부모님 소유가 아니라는 걸 아시게 해야지. 이제부터 당신들 소유가 실격됐다는 걸 증명할 거라고.”
“이러면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한다고요.”
떨림을 버티지 못하고 내려놓은 시선을 손으로 치켜들어 맞물었다.
“널 찾기 위해서 부딪쳐야 할 작은 소란일 뿐이야.”
날렵하게 뻗은 한무진의 눈매가 야릇하면서도 위험하게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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