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결혼해 주세요.”
“나더러 내가 가르친 학생을 벗겨 먹어라? 너 나랑 잘 수 있어?”
스무 살부터 숨통을 조여오던 남자와 결혼할 위기에 놓인 정사예.
사지에 몰린 그녀는 선우가家의 후계자이자 선생님이었던 권태문에게 청혼한다.
“네가 원하는 게 정확히 뭐야. 결혼해서 나랑 백년해로하는 거야?”
“아뇨, 보호자요. 선생님은 제 보호자 한 번 해 보셨잖아요. 두 번은 더 쉬우실 거예요.”
설령 그의 적선이라 해도 좋았다.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나랑 해.”
“……선생님.”
“해 주겠다고, 결혼.”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어느 설익은 봄날.
사예는 그토록 염원하던 동아줄을 움켜쥐었다.
* * *
그렇게 시작된 연애 같은 신혼생활.
분명, 주어진 부부 역할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 관계일 뿐이었는데.
“잘 컸네, 정사예.”
오연한 낯에 다정한 웃음을 걸친 남자가 거침없이 선을 넘어올수록,
기껏 접어두었던 마음이 연한 꽃잎처럼 피어오른다.
“왜 이렇게 달아, 응?”
“……선생님.”
남자가 베푸는 다정이 어린 여자애를 향한 한낱 동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는데도.
“선생님? 여기 선생이 어디 있어, 사예야.”
너한테 환장한 사내새끼 하나는 있어도.
오만한 속삭임이 미풍처럼 불어와 가슴 속에 휘몰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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