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는 신분 상승을 위해 의도적으로 접근한 거야. 그렇게 결혼을 해서 결국은 다른 남자와 눈이 맞아서 가버렸지.
그러니 다시 찾을 필요 없어. 절대로 다시 찾아서는 안 돼. 그 여자를 사랑했다는 불량한 추억 같은 건 되살리지 말아야 해.’
아침에 눈을 떴는데 너무나 선명하게 각인된 생각이 누가 머릿속에 명령이라도 하듯이 떠올랐다.
윤하린. 이혼하고 5년이 지났는데도. 결국 이렇게까지 증오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건 사랑했다는 증거일까? 그러니 더 괘씸하고 평생 증오하면서 살아야 하는 게 마땅하다. 절대로 찾을 생각 없다. 찾지 않을 거다.
그런 그녀를 디자이너 숍에서 마주했다. 그것도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를.
***
“당신이 날 어떻게 기억하든, 지금 날 증오하든 상관 없어요.”
사랑하던 남자와 이혼했다고 해도 살아가야 했다. 딸아이가 없었다면 하린도 살 수 없었을 거다.
당신이 딸의 존재를 알았다고 해서 우리 사이가 달라질 건 없었을 테지만 나에게는 살아갈 유일한 이유니까.
하지만 고객의 드레스를 대신 피팅한 채 마주할 줄은 몰랐다. 그것도 하필 아이까지 직장에 데려온 날 말이다.
***
“뭐야, 애부터 낳고 하는 결혼이야?”
이현의 경멸 어린 시선이 차갑게 내리꽂혔다.
하린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담담히 대답했다.
“네, 그러네요. 그렇게 됐어요.”
“엄마!”
어린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어린이집이 문을 닫는 바람에 데리고 나온 미래가 쪼르르 달려왔다.
윤하린 딸 아니랄까 봐 깜찍한 아이는 한눈에 이현의 영혼을 쏙 잡아 빼 흔들었다. 그의 조작된 기억마저 허물어뜨릴 만큼.
“아저씨도 우리 엄마랑 결혼하고 싶어요? 우리 엄마는 나만 있으면 된다고 했어요.”
그러니까 재혼하는 건 아니란 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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