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투성이가 된 남자를 집으로 데려와 치료했다.
그 뒤로 에힐리의 집에 남자가 계속 찾아온다.
“첫눈에 반했습니다.”
“죄송해요, 거절할게요.”
“제가 마음에 들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뭐든 고치겠습니다.”
“잘생겨서요.”
“……네?”
***
스무살 생일.
에힐리는 자신이 19금 고수위 피폐로판소설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냈다.
‘절대 남주, 아니, 그 쓰레기 같은 놈들이랑 엮이면 안 돼!’
에힐리는 원작 쓰레기들을 피하고자 인적 드문 시골 마을로 도망쳤다.
그녀는 이대로 작은 오두막에서 안락한 생활을 이어가고 싶었다.
그런 그녀가 조심해야 할 것은 바로 남자!
잘생긴 남자는 높은 확률로 남주다.
게다가 흑발에 적안? 높은 확률로 흑막이다.
그래서 에힐리는 모든 남자를 가능하면 멀리하기로 결심했는데…….
그런데 이 남자, 주연급 인물이라기엔 너무 나약하다.
“쿨럭! 죄송합니다. 제가 지병이 있어서…….”
물 마시다가 피를 토하고,
“갑자기 현기증이 나서… 죄송합니다.”
현기증 때문에 픽픽 쓰러진다.
“당신의 손을 잡고 있으니 조금 나아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이대로 있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가련하기 짝이 없는 병약남의 구애에 결국 에힐리의 마음이 서서히 넘어갔다.
‘그래. 이렇게 병약한 남자가 주연일 리가 없잖아.’
대충 그런, 이유였다.
***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나선 정예부대가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혼자서 쓸어버린 마왕의 몸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없었다.
그는 압도적인 힘을 가지고도 단 한 명의 인간도 죽이지 않았다.
그의 기행에 용사가 의문을 표했다.
“왜, 아무도 죽이지 않았지?”
“내 아내가 사람 죽이는 남자는 싫다고 해서.”
“……뭐?”
“잠깐 검 좀 빌리지.”
용사의 성검을 빼앗아 간 마왕이 제 팔을 찔렀다.
피가 뚝뚝 흐르는 팔을 보며 마왕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정도면 내 사랑이 걱정 좀 해주겠지.”
“……제정신이 아니군.”
용사가 저를 욕하거나 말거나.
마왕의 머릿속에는 사랑하는 여자에게 관심받을 생각만 가득 차 있었다.
용사의 말대로 그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원래 사랑에 빠진 남자는 미친놈이라고들 하지 않는가.
에힐리를 사랑하는 레덴베르크는 제대로 미친놈이 되었다.
손가락 하나로 용을 거뜬히 때려잡을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숨기고
마계를 통솔하는 마왕답지 않은 병약한 척을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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