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롭게 세상을 떠돌던 아나스타샤.
그녀의 날개를 꺾은 건 오랜 동경이자 첫사랑이었다.
"악마 같은 새끼. 신께서도 위에서 치를 떨고 계실 거야."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의 계략에 말려든 순간부터 선택지는 하나밖에 없었다.
사라진 성녀를 찾을 때까지 가짜 성녀를 연기하는 것.
혈육보다 소중한 동료들이 인질로 잡혀 그를 따를 수밖에 없다는 현실이,
그 남자에게 있어 자신은 사라진 성녀의 대체품에 불과하단 사실이,
그럼에도 그를 놓지 못하는 어리석은 진심이 그녀를 갉아먹는다.
어떻게든 마음을 접고, 철저하게 성녀를 연기해서 때가 되면 떠나겠다 결심한다.
그러나 세상을 완벽하게 속이기 위해 그와 몸을 섞어야만 한다.
"왜 나를 살렸어요?"
"너라면 시체하고 같이 다니고 싶겠어?"
죽여서라도 제 목적을 이루려는 남자와.
"복종해."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비수가 되어 꽂혔다.
"네 눈동자가 어딜 향해야 하는지, 그 입으로 누구를 불러야 하는지, 손끝으로 어디를 가리킬지까지 전부."
***
"내가 당신 기억할게요."
도구에 불과했던 그 여자는 순식간에 제 영혼을 지배했다.
너를 원한다.
그러나 너에게 이 말 한마디 전할 수 없다.
신은 늘 나에게서 소중한 것을 빼앗았으니.
하여 어떤 진심도 드러내지 않을 것이다.
더 잔인해질 것이다.
아무에게도 널 뺏기지 않을 것이다.
설령 신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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