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키스 정도는 해 줘야 할 타이밍 같군요.”밖이 다 비치는 리넨 커튼을 닫은 은상이 몸을 돌렸다.“계약서에 그런 조항은 없었잖아요?”키스라는 단어에 저도 모르게 입술에 침을 바르고 말았지만 다행히 은상의 고개는 아직 창문 너머로 향해 있었다.“수정하겠습니다.”단호하고 짧은 대답이었다.은상의 오른손이 영서의 허리를 깊게 감아 몸을 돌렸고, 영서의 등이 유리창에 닿았다.“어깨에 손을 얹어 볼래요?”“이렇게요?”“좋습니다.”달콤하지도, 부드럽지 않은 은상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 위에 잠시 머무르다 떨어졌다.“보여 주는 건 여기까지입니다.”여린 손목을 잡아챈 은상의 손이 영서를 침실로 이끌었다. 까만색 암막 커튼이 창문을 완전히 다 가린, 커다란 침대가 있는 그곳으로.* * *“오빠가 꼭 데리러 올게.”“진짜지? 약속.”보육원에서 친남매처럼 자란 서준과 채린.도강 그룹의 혼외자였던 서준은 불순한 의도에 의해 친아버지의 호적에 들어가고, 채린 역시 학대 가정에 입양되면서 둘은 원치 않는 이별을 한다.15년 만에 서준과 채린에서 은상과 영서가 되어 만난 두 사람.영서는 그와 하룻밤을 보내고 나서야 은상이 서준 오빠임을 알아채지만 되돌리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사실에 좌절한다.“더러워.”버림받은 오빠와 보낸 욕정의 밤이 끔찍했다. 지옥이 이것보다 더할까?뜨겁게 떨어지는 샤워기의 물을 잠근 영서가 뿌연 거울로 흠뻑 젖은 자신을 바라봤고, 앞에는 세상에서 가장 혐오스러운 여자가 서 있었다.이 더러운 여자를 누가 알게 될까 두려워 어서 이곳에서 도망치고 싶었다.도은상에게 김채린이라는 여자아이는 없었으니, 김서준에게 이영서라는 여자를 보일 수 없으니. 그러니 떠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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