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연 [단행본]

목연

맹인 소녀 ‘명’은 서낭당 팽나무 요괴에게 구원받고, 은인을 잊지 못한 채 매일 서낭당을 찾는다.
명의 운명은 부모의 업보와 원치 않는 혼인으로 뒤틀려 있다.
요괴는 그녀에게서 목연이라는 이름을 얻고, 명의 운명을 거스르기로 선택한다.
눈을 잃은 소녀와 나무에 깃든 요괴의 운명을 거슬러 맺어진 사랑 이야기.
*
“제가 서낭신님이라고 부르는 게 싫으시다면, 이름을 알려 주세요.”
“……없다.”
참혹하기까지 한 그녀의 인생이 가여워서 그랬던가. 제가 왜 이런 대답을 하고 있는지, 나무는 도무지 제가 이해되지 않았다. 명이 잠시 시간을 두었다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
“하면, 제가 이름을 지어 드리면 어떨까요?”
“웃기는 소리.”
“목연. 목연 님이라 부르겠습니다.”
“나무 목에, 인연 연? 설마, 나무와의 인연이라는 뜻은 아니겠지?”
“아닙니다. 나무 목에, 연못 연입니다.”
나무가 한쪽 눈썹을 크게 들어 올렸다. 명은 제 작명이 꽤 마음에 드는지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서낭신님의 눈이……, 아니 목연 님의 연녹빛 눈동자가 연못 같기에 그리 지었습니다. 고요하고 또…… 아름다워서.”
나무, 아니 목연은 무슨 대답을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얼어붙었다. 명은 자세를 바로 하더니, 목연에게 천천히 절을 올렸다.
“진즉에 이리 제대로 인사를 드렸어야 하는데, 너무 늦었지요? 목연 님께서는 저를 구하지 않았다고 하셨으나, 저는 그날 목연 님이 없었더라면 죽었을 겁니다. 줄곧,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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