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젠 왕국의 시골 마을에서 친척집 더부살이로 자라온 15세 소녀 문레이. 어릴 때부터 이모에게는 사생아라는 구박을, 마을 사람들에게는 까마귀라는 놀림을 받았다. 이모가 시킨 온갖 허드렛일로 손은 항상 부르튼 상태. 하지만 비슷한 처지의 다락방 동지, 쥬디스와 꿈과 낭만의 '기사 소설'을 읽을 수 있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마을 상공에 눈부시게 빛나는 한 쌍의 날개를 가진 천마가 나타나면서 문레이와 쥬디스 앞에 운명의 갈림길이 놓인다. “축하해요. 당신은 다시 귀족입니다, 쥬디스 론 발로아 양.” * “나랑 함께 수도로 가자. 여길 함께 떠나자.” 쥬디스가 간절하게 두 손으로 내 손을 감쌌다. 그리고 작지만 단호하게 속삭였다. “넌 행복해질 자격이 있어, 문레이.”* 황홀하게 아름다운 보랏빛 눈동자가 또 나를 바라보았다. 세키린! 네가 발견했구나! 이 보잘것없는 나를 발견하고 말았구나! 어둠 속에 파묻힌 까마귀를, 날 알아봐주었구나! 기쁘다! 행복해! 내 삶은 보답 받았어! “문레이…… 널…….” 흘러넘치는 눈물 때문에 세키린의 아름다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이 아득할 만큼 그리웠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감정의 격랑을 부어 벼려낸 검처럼 차갑고, 무겁고, 냉혹한 그 목소리가. “반드시 죽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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