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황제가 사냥 대회에서 덫에 걸린 여우를 주웠다.
평범한 여우라기엔 털색이 까맣고,
북극 여우라기엔 귀가 크고,
사막 여우라기엔 털이 빵빵한,
어딘가 괴상하고 멍청한 여우를.
***
“…개?”
이건, 강아지가 아니라… 여우? 흑여우인가?
“끼잉….”
여우가 사파이어 같은 눈동자로 에드리안을 올려다보았다. 공포에 질려 가늘게 떨리는 몸뚱어리가 매우 하찮아 보였다. 사냥할 마음도 들지 않을 만큼 형편없는 사냥감이라 떠나려고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시선을 뗄 수 없었다. 푸른 눈동자가 에드리안의 내면에 잠들어 있던 변덕스러운 호기심을 자극했다.
에드리안은 축 늘어진 여우를 품에 안았다. 경계심도, 적의도 없었다. 그저 자신을 구해 주거나 혹은 고통에서 해방해 줄 누군가의 손길을 간절히 기다리는 듯한 무력한 모습이었다.
에드리안이 혀를 찼다. 의심이 이렇게나 없어서야.
“내게 너무 의지하지 마라. 발만 치료해 주면 다시 숲으로 돌려보낼 테니까.”
그러다 결국 죽게 된다면, 그것이 이 여우의 운명이겠지. 약육강식의 세계란 원래 그런 법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에드리안은 여우를 안고 흑마 위에 몸을 올렸다.
훗날 이 작은 여우 때문에 자신이 얼마나 애를 태우게 될지, 눈에 보이지 않기만 해도 사방을 미친 듯이 뒤지게 될 줄은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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