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이 있는 남자를 좋아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좋아했었다.이 애매한 외사랑을, 내가 먼저 끝내려고 한다.* * *“나 결혼하려고.”그 말에, 어느 때보다도 차갑게 벼려진 시선이 돌아왔다. 하지만 희민은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그게 무슨 개소리야…, 희민아.”그녀가 앉은 시트 옆을 짚으며 상체까지 가까이한 그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귓바퀴에 걸어 준다.그 손길을 피하지도, 예민하게 굴지도, 약한 부분을 드러내지도 않았다.“너는 참 예뻐, 신주호.”그래서 달콤하지만, 아프다. 그 따끔함을 알게 된 이상, 금방 휘발되는 레몬 향처럼 모든 걸 날려 버리기로 했다.“그리고 내일 세상이 멸망할 거야.”“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이런 게…. 진짜 개소리야, 주호야.”생긋 웃어 보인 그녀는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만족스럽게 지켜보다가 뺨을 다정하게 어루만져 주었다.“먼저 갈게. 좀 늦게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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