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피사체랑은 안 자거든요.”
사진 찍는 여자 송라경.
비주얼에 무너지는 건 여자의 가장 큰 약점이었다.
“내 피사체라…… 듣기 좋은데요.”
발레 하는 남자 이재현.
그 비주얼은 신이 공들여 빚은 피조물이 틀림없었다.
여자는 자신이 또
숨을 멈췄었다는 걸 깨닫고
작게 숨을 내쉬었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고 있어
멀리 떨어져 있는 남자와
직접 눈을 마주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숨이 저절로 멎었다.
“어디서 어떤 모습으로 다시 만나게 될까 상상을 많이 했었어요.”
“어떻게든 다시 만나게 될 거라곤 생각하셨네요.”
“제 공연 보러 오신다고 하셨으니까요.”
이상한 여자였다.
그에 대한 호감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듯하다가도
거리를 좁힐 여지가 없도록
아예 싹을 잘라내는 식이었다.
여자의 철벽 아닌 철벽 앞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다음에 대한 가망 없는 기약뿐이었다.
“안 믿을지 모르지만, 원래 참을성 하나는 자신이 있었거든요.”
결국 이렇게 될 일이었을까.
여자가 남자의 뒷목을 당겨 입술을 겹쳤다.
“저, 만나는 남자 있어요.”
이 연애에 필요한 것은 레퍼런스가 아니라 보험이었다.
“세상에 신데렐라는 없어요. 우리 집안이 그 증거야.”
가방에서 흰 봉투 같은 것은 나오지 않았다.
그 여자와 그 남자의 온도 차.
둘은 색 온도를 맞출 수 있을까.
*화이트밸런스: 카메라 촬영 시 반사된 빛의 색감을 중립적으로 잡아 색 균형을 조절하는 것.
표지 일러스트: 비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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