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곧 단골이었는데. 통성명도 안 했네요. 우리.”오후 3시만 되면 찾아오던 그 남자. 일주일에 세 번, 시현이 알바하는 날만 찾아왔다.그녀가 입술을 열려는 순간, 남성의 목소리가 먼저 흘러나왔다.“편지욱입니다.”그렇게 말한 남자는 홀연히 꽃집을 빠져나갔다.그리고 그날 밤, 언니가 죽었다.그 이후부터 배시현은 죽고, 언니의 인생으로 살았다.태산 유에어 항공 대표. 배효주.모두를 완벽하게 속일 만큼 배시현의 연기는 감쪽같았다.KJ 그룹 편지욱 부사장이 돌아오기 전까지는.“이상하네. 안 본 사이에 결이 많이 달라졌네.”결이 달라?세상 사람들 모두가 깜빡 속았는데.“그새, 배효주의 취향이 변한 건가.”통창 너머로 들어온 햇빛 속에 먼지가 부유했다.“아니면 뭘 이렇게 유난을 떨지?”편지욱은 유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리 와, 오랜만에 인사나 하게.”절친이었을 뿐, 선은 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순정남인 것처럼 꽃다발만 사 가던 편지욱은 숨겨진 가면을 벗기라도 한 듯,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그가 나타난 이후부터 견고한 도미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위기에 순간마다 편지욱이 나타나 구해줬다. 마치 배시현이 연기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듯이.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