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싫었다. 겨울이 좋았다.
겨울 중에서도 12월을 좋아했다.
내 생일이 낀 달이라서. 크리스마스가 있어서.
하지만 12월은 이제 여름이나 매한가지였다.
숨이 턱 막히고, 몸에서 열이 끓고, 지글지글 뇌까지 익는 것 같아 정신이 혼미한. 그래서 개같은.
뜨겁게 타오르는 여름, 희수는 비로소 마주할 수 있었다.
서른이 된 스물셋의 윤도언을.
“그 애, 내 애야?”
질기게도 반복되는 계절의 끝자락에 서서, 희수는 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네.”
* * *
꼴도 보기 싫었다. 구두도 마음대로 못 사는 사람 앞에서 한가하게 수작질이나 걸고 있는 윤도언이.
누구는 현실의 벽에 굴복해 아직도 홍주 땅에 남아 있는데.
누구는 돈에 급급해서 절대 갈 일 없다던 성운유통에 들어왔는데.
그래서 두 번은 보기 싫었던 오빠 친구 윤도언을 회사 상사로 두게 됐는데.
“내가 만만해?”
나는 당신한테 놀아날 만큼 한가하지 않다는. 그러니까 즐길 대상이 필요한 거면 다른 사람 알아보라는.
그 따위 자질구레한 말들은 다 집어치운 채 전하고 싶은 것은 딱 하나였다.
“이 개자식아.”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끊었다. 호흡이 정수리까지 튀어 올라 머리마저 혼탁해진 것 같았다.
“아!”
손목이 잡히는 건 순식간이었다.
낮아서 더 위압적인 음성이 흘러나왔다.
“안 본 새 못된 말을 참 많이도 배웠네.”
“…….”
“오빠야, 상무님이야. 하나만 해. 헷갈리니까.”
희수는 잠시 깜빡했던, 이미 깨달았던 바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윤도언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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