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저승차사 무아는 어느 날 알 수 없는 힘에 휩쓸려 인간 ‘신무아’의 몸에 빙의했다.
천기를 거스르는 모종의 음모가 있음을 깨달은 무아는 제가 빙의한 몸의 주인 ‘신무아’의 계약 결혼 상대인 천지언과 함께 음모를 파헤치기 시작하는데.
저승과 이승을 넘나드는 숱한 위기 앞에서 두 사람은 애증과 혐오의 관계를 뛰어넘어 서로를 구원하게 된다.
***
X됐다. 이런 저급한 말을 쓰고 싶진 않았지만 다른 단어로는 지금 그가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X된 상황이었다.
사고 때문에 창백해진 낯으로 눈만 끔뻑거리는 거울 속 낯선 얼굴을 바라보며 무아는 당장 저승으로 달려가 묻고 싶었다.
저기요, 염라님. 그러니까 저승사자도… 빙의가 되나요?
***
“그래, 뭐 네가 저승사자인 거 그거, 그렇다 치자. 그런데 인간은 왜 그렇게 싫어하는 건데?”
“인간은….”
그리고 신무아가 대답을 위해 입을 연 그 순간.
지언은 순식간에 온몸을 덮쳐 오는 서늘한 기운이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거실엔 커다란 창으로 쏟아져 들어온 햇살이 가득 내리쬐고 있었는데 신무아가 서 있는 곳에만 아주 짙은 그림자가 드리워진 기분이었다.
지언은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였다.
그래도 무아를 둘러싼 어둠은 사라지지 않았다.
미친 건가. 하도 미친 소리를 들어서 덩달아 미쳐가는 건가. 사고의 후유증인가.
어둠을 도포처럼 두르고, 신무아가 말했다.
“인간은 참으로 더럽고 이기적이며, 언제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을 짓밟을 수 있는 존재지.”
“…….”
“그런 인간을 어떻게 증오하지 않고 버틸 수 있단 말이지?”
지언은 앉은 채로 가위에 눌린 사람처럼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무아를 바라보기만 했다.
시선을 피하고 싶었는데 눈동자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앞으로 두 번 다시는 내게 인간인 척하란 소리를 입 밖에 내지 말 거라. 상상만 해도 비위가 상하는구나.”
“…….”
“알겠느냐.”
무아는 지언에게 대답을 종용했지만 지언은 자신의 의지대로 목소리를 꺼낼 수가 없었다.
지언이 할 수 있는 건 가까스로 고개를 조금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제일 먼저 리뷰를 달아보시겠어요? 첫 리뷰를 써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