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구나. 남자하고 엮여 사달을 내도 크게 낼 게다.
관상 잘 보기로 유명한 강 회장의 경고를 무시한 탓일까.
앵두나무 밑에서 웅크리고 있는 도아랑의 입술이 옛날과 다르게 붉게 영글었다는 걸 발견한 순간부터, 그 애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유언장 보여 준다고 했잖아요. 난 그것 때문에 온 건데 대체 왜 이래요.”
“나랑 자. 이번 여름만 견디면 너 남의 눈치 안 보고, 돈 걱정 없이 좋아하는 첼로 계속하게 해 줄게.”
소나기인 줄 알았던 장마가 시작되던 날.
우린 절대 안 된다던 도아랑이 제 발로 수림재를 찾아왔고.
“약혼도 결혼도 하지 마요.”
다섯 살에는 앵두를 훔치던 그 애가, 스물셋에는 다른 걸 훔치려고 들었다.
“내가 흔들면 흔들려요?”
“휘둘러 봐. 내가 간이고 쓸개고 빼 주고 싶어질 만큼.”
“한 계절이라도 좋아. 당신을 가질래.”
제 옆에서 잠든 아랑을 지켜보던 사혁은 결정을 마쳤다.
촌구석 별장에 머무르는 한 계절.
서로의 비밀을 묻고, 사연은 묻고, 여름을 여름답게 보내기로.
한입에 꿀꺽 삼키고 단맛을 보면 끝날 줄 알았던 그 작은 열매는 그 여름, 사혁의 목을 타고 들어와 절대 빼낼 수 없는 씨앗을 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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