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희 씨. 양기혁 씨와 언제부터 교제했습니까?”
열아홉, 극악범의 딸이라는 벗지 못할 오명 속 고서희의 유일한 숨구멍이 되어 준 이청준.
지난한 후회를 털어 내지 못한 서른, 서희는 10년 만에 첫사랑과 재회한다.
피고인 양기혁의 알리바이를 증명해 줄 참고인이자 그의 여자 친구 신분으로.
“……5년 정도 됐습니다.”
“하.”
서희의 대답에 청준의 미간이 순식간에 구겨졌다.
기가 막히다는 듯 코웃음을 친 그가 서늘한 목소리로 물었다.
“같이 삽니까?”
“네?”
“동거하냐고요. 양기혁이랑.”
“아뇨, 안 합니다.”
한때 서희를 향한 갈망으로 뜨거웠던 눈은 소름이 돋을 만큼 서늘하게 식어 있었다.
“그럼, 12월 8일 새벽엔. 뭐 하셨습니까, 둘이?”
“…잠들었습니다.”
“둘이 같이?”
청준의 손가락이 책상 모서리를 깎아 내듯 긁는 소리가 사무실 안을 울렸다.
“잠을 잔 겁니까? 아님, ‘잔’ 겁니까?”
서희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이어진 물음에 그녀는 결국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앉아.”
발을 들어 올리던 서희가 멈칫했다. 묵직한 목소리가 마치 으름장을 놓는 것처럼 그녀를 짓눌렀다.
“아직, 할 얘기가 많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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