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개인생존물 일 때는 얽히고 꼬이는 인간관계가 흥미로웠는데 생존자들을 모아 세력을 이끌기 시작하면서 작품이 산으로 간다.

세력 간의 정치 역학은 매우 일차원적으로 묘사하는 반면 약육강식이 된 디스토피아 세계에서의 도덕성과 같은 주인공의 가치관에 대한 자아성찰이 주를 이룬다.
그 자아성찰이라는 것이 딱히 깊이가 있거나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거나 한 것이 아니라서 매번 비슷한 고민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뇌절하는 느낌이라 중반쯤 읽다보면 주인공이 깊이 고뇌한다기 보단 작가의 개똥철학을 주입한다는 느낌이 든다.

파워인플레로 적들의 힘과 규모는 계속 강해지고 거국적인 사건은 뻥뻥 터지는데 주인공은 기껏 모은 세력은 방치하고 용사파티마냥 일행 몇 명 데리고 국지적인 전투를 벌이며 퀘스트를 하러 다닌다.
주인공의 행보를 보면 도저히 한 세력을 이끌만한 그릇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소드마스터 야마토급으로 적 최강자들을 호로록 정리해 버리고 반쯤 열린 결말로 끝난다. 잔뜩 벌려놓은 개판 난 세계를 어떻게 정리해야 할 지 감당이 안 됐다고 밖에 생각이 안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