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무언(先行無言)

선행무언(先行無言) 완결

“흠, 역시 그렇군.”
등하군이 스물이 되었지만, 하늘과 땅에서 아무런 징조가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실망한 감도 있었지만, 한구석에 안도하는 마음도 있었는데 그가 전설 속의 천살성이니 혈마성 따위가 아니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이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밤하늘에 별들이 나란히 늘어서며 흉흉한 기운으로 가득하더라도, 아니면 장강의 고아한 물결이 순간 시뻘건 핏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더라도 그가 크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오히려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그렇구나 하고 중얼거렸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렇다는 것은 그가 자신의 인생계획에 대해 크게 손댈 필요가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였다.
만약 천살성이나 혈마성으로 판명되었다면 그에 걸맞게 살아가야 했으니 당장 집을 불태우고 가족과 식솔들을 죽여야 하지 않았을까.

헛된 망상에 절로 쓴웃음이 지어졌다.
그런 저주를 타고 난 자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알 턱이 없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천살성과 혈마성을 타고 난 것처럼 굴더니 금세 남의 이야기가 되어 버린 것이다.
어쨌든, 뭐를 타고났는지는 모르지만, 이야기책에 나올만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세상을 구할 필요도 없었고 멸망시킬 필요도 없었다.

"훗."
등하군의 입장에서는 재미있게 되어버렸다.

'천하의 으뜸은 불산의 등가장이니 그 이유는 그들이 남들은 하지 못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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