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시집가는 날> “삼 년만 그대 곁에 있겠소. 삼 년 동안은 국상 때문에 빈궁과 합방할 수 없을 터이니, 그동안은 내가 곁에 있겠소.”
“삼 년이라 하였소? 필요 없소. 필요 없으니, 돌아가오.”
어머니의 육신인 고비를 찾기 위해 인가로 내려온 호족, 박호여.
귀하디귀한 고비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건만,
삼재에 들었는지 요상하게도 계획하는 일마다 틀어지니 환장할 일이로다.
결국, 호여는 최후의 수단으로 과거 시험에 도전하고
인가로 내려온 첫날, 우연히 마주치게 된 이 선비의 도움으로
그토록 원하던 과거 시험에 통과를 하게 된다.
하지만, 이게 무슨 노루가 고기 뜯는 소리인가.
그저 남몰래 금서를 팔아먹는 장사치라 여겼던 이 선비가 바로 이 나라의 세자라니!
희빈 장 씨의 소생으로 왕위에 오른 후에도 늘 위협을 받았던 경종 이윤과
소 뒷발로 이윤의 마음을 사로잡은 호족 박호여의 위태로운 사랑이 시작되다!
<본문 내용 중에서>
“첩지도 안 받고, 궐 밖에서 이리 지내면 아무런 대우도 받지 못하는데, 괜찮소?”
호여가 반색하며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소! 대우 좀 받겠다고 후궁 되어 이런저런 속박을 받느니, 차라리 지금 이대로가 더 낫소.”
윤이 갈등을 하면서도 끝내 답을 하지 않자, 호여가 아양을 떨며 채근했다.
“여태껏 했던 것처럼, 그리 지내게 해 주오. 나도 어렵사리 공부하여 급제까지 한 것인데, 궐 안에서만 꽃처럼 지내는 거 아깝지 않소? 내가 저잣거리 다니며 시정기도 써서 올리고, 부정한 관리들 적발하여 상소도 올리고 하면, 그대에게도 도움이 되고 얼마나 좋소.”
“생각 좀 해 봅시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 게 뭐 있소. 지금 당장 결단을 하오. 나 정말 궐에 들어간다는 생각만 하면, 눈앞이 캄캄하고 잠도 안 오고 죽을 것 같단 말이오.”
윤이 조금은 서운하다는 듯 아쉬운 얼굴을 했다.
“궐에 들어오면 매일 나를 볼 수 있는데도 말이오?”
“내가 다시 관원이 되면 편전에서 매일 볼 수 있지 않소. 때때로 이원 대감 댁 별당으로 찾아와 따로 만날 수도 있고.”
윤이 작게 한숨을 내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합시다. 어차피 아이가 생기면 궐 밖에서 지내게 할 생각이었으니…….”
“사관은 하루 종일 엎드려서 글을 써야 하니, 허리가 너무 아프오. 이러다 새우처럼 등이 굽을까 무서우니, 이왕이면 사헌부나 의금부로 보내 주오. 하면, 내 고관대신들 싹 다 감찰하여, 그대에게 낱낱이 보고하리다.”
품계는 다소 낮더라도 사헌부나 의금부 관원이면, 그 기세가 대단한 자리이니, 호여가 벌써부터 으스댈 생각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 철없는 모습에 윤이 혀를 쯧쯧 차더니, 진지한 얼굴로 호여의 손목을 잡았다.
“그전에 치러야 할 일이 있소.”
“치러야 할 일? 그게 뭐요? 설마 똥구멍으로 술을 먹고 입으로 뱉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오?”
“그대에게는 처음이라, 어쩌면 그와 진배없는 일일 수도 있소.”
“사헌부 면신례가 그리 심하단 말이오? 내 알기로 예문관이 가장 심하다던데, 그게 아니었소?”
“사헌부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나와의 일을 이야기하는 거요.”
그 정도 말을 했으면 눈치를 채야 하는데, 눈치라고는 밥 말아 먹은 호여는 눈을 끔벅이며 관원이 되는데 그대와 치를 게 무엇이냐며 말간 얼굴로 되물었다.
윤이 답답해하며, 진지하게 말했다.
“합궁을 말하는 거요. 조정에 나가기 전에 일단은 합궁이라도 해야, 내 마음이 놓인단 말이오.”
“합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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