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약, 달빛 정인> 어린 시절 잃어버린 정혼자를 찾아
서로의 신분을 감춘 채 먼 길을 돌아온 두 연인의
달빛처럼 시리고 환혹적인 관능의 사랑…….
청아는 흔들리는 눈으로 다가온 걸륜을 보았다. 그의 검고 긴 머리카락에 묻은 하얀 눈꽃이 물거품이 되어 하나 둘 소리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한 뼘 앞으로 가까워진 거리, 그 맞닿은 거리만큼 서로의 호흡소리가 긴밀하게 얽혀들고 있었다.
“오랜만, 입니다…….”
고개를 든 그녀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대답 대신 바깥의 하얀 눈 같은 서늘한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뜨겁게 짓눌러왔다. 검고 칙칙한 무복을 벗어버리고 스스로 난생 처음 은애하는 사내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입어 본 화사한 그녀의 치마와 저고리가 소리 없이 구겨지며 넓고 탄탄한 사내의 가슴속에 완전히 잠기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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