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눈물을 마시는 새 완결

<눈물을 마시는 새 세트> 지배자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접근을 시도한 새로운 형태의 환상 소설
2차 세계 대전 중에 절대 악과 그 악에 맞서서 권력을 좌지우지해야 했던 권력자들의 갈등을 소설로 담아낸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이 반세기가 지나도록 많은 독자에게 읽혀진 이유는 권력의 상징인 ‘왕’과 그 주변 권력의 내부를 샅샅이 파헤칠 수 있는 봉건 시대를 바탕으로 씌어진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타지 소설만이 가진 이 독특한 특성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새로운 조건을 요구하게 되었다. 냉전 체제가 무너지고 권력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다룰 새로운 화두가 절실히 필요했던 것이다. 『눈물을 마시는 새』는 그러한 화두에 대한 도전작이라고 볼 수 있다.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단어인 ‘왕’이라는 단어가 이를 대변하고 있다.『눈물을 마시는 새』에는 ‘왕’에 대한 일방적인 숙원(자신이 왕이 되고자 하거나 혹은 왕의 추종자가 되고자 하는 욕망)을 가진 등장인물들이 등장하여 사건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시키거나, 왕에 대해 끊임없이 논의하고 추리함으로써 ‘지배자 계급이란 무엇인가?’라고 독자에게 묻고 있다. 그러면서도 작가는 작품의 제목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풀어낸다. 제목인 ‘눈물을 마시는 새’라는 뜻은 작품 속에서 ‘백성들이 흘려야 할 눈물을 대신 마시는 왕’을 뜻한다. 이 뜻은 군왕의 조건은 많은 병력이나 부, 혹은 재능이 아니라 백성들이 슬픔이나 죄책감 등 수많은 고통을 대신 짊어져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왕이 대신 마셔주는 눈물 덕에 백성들은 잔인해질 수 있고, 얼마든지 남을 핍박하고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눈물’은 인간이 해롭기에 몸 밖으로 뱉어내는 것이고, 이를 마신 왕은 오래 살 수도 없다. 작가는 제목과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단어인 권력자 ‘왕’에 대해 막연한 환상만을 갖고 있는 인간에게 ‘왕-지배자’라는 것이 갖는 무거움과 본연의 뜻, 그리고 그러한 인간의 상징물로 내세워진 ‘왕’으로 인해 일어날 수 있는 공포를 환상 소설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전한다.

이영도 식의 독특한 설정과 이야기 진행
『눈물을 마시는 새』에서도 이전의 작품처럼 이영도 식의 독특하고 신비스러운 이야기가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특히 넷으로 구분된 색다른 종족들은 작품의 스토리와 부합되어 사건의 요소요소에서 새로운 반전을 일으키게 한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종족은 역시 현대의 인간과 흡사한 인간족이다. 왕이 되고자 하는 제왕병자들이 가득하고, 저마다 자신의 세력을 키우지만 정작 네 종족 중 가장 나약한 종족이라는 점은 모순으로 가득 찬 인간의 단면을 보여준다. 다른 종족도 이와 비슷한 모순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닭의 모습을 닮은 레콘 족은 3미터에 이르는 큰 키와 강인한 체력, 그리고 신의 선물인 무기를 갖고 있기에 네 종족 중 개인의 무력으로는 가장 강력하다고 볼 수 있지만 철저히 자신의 숙원만을 이루려는 개인주의 때문에 종족이 단합할 수 없고 언제나 홀로 싸우는 약점을 갖고 있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도깨비는 마음만 먹으면 일거에 수십만을 죽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폭력과 피를 두려워하는 까닭에 세상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다. 뱀처럼 비늘이 있고 변온 체질인 나가는 인간의 ‘말’이 아닌 정신적 교감인 ‘니름’을 통해 의사를 주고받으며 심장을 적출함으로써 반(半 )불사의 몸이 되었지만, 변온 체질이어서 북부 지방의 저온을 이겨내지 못하는 체질적 한계를 갖고 있다. 작품 전체의 종족들 중 그 어떠한 종족도 완벽하지 못한 상태를 유지한다.

작품 속에 사용되는 속담이나 격언 등도 종족적 특성을 최대한 활용하여 독자의 흥미를 돋운다. 물을 두려워하는 특성을 가진 레콘의 경우 ‘붕어 저택에 빠져 죽을’, ‘녹은 얼음을 뒤집어 쓸’과 같은 욕설이 나오기도 하며, 말 대신 니름이라는 정신적 언어를 사용하는 나가들은 ‘니름도 안 된다(말도 안 된다)’, ‘니름 잘라먹지 마라(말 잘라먹지 마라)’ 같은 변종 언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종족을 초월하여 등장하는 ‘군령자’나 ‘유료 도로당’ 또한 독특한 이영도 식의 소설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것들이다. 군령자는 한 육체에 오랜 시간 동안 여러 명의 영혼이 깃든 것으로 영화 『존 말코비치 되기』에서 이와 비슷한 육체를 목격할 수 있다. 영생하고자 하는 생명체의 욕구로 인해 탄생한 이 군령자는 항시 ‘더 이상 전령하지 않고 죽겠다.’고 주장하지만 결국 죽을 때에 이르러서는 영생을 위해 남에게 전령하는 나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유료 도로당’이라는 단체는 작품 속에서 길을 정비하는 대신 통행세를 받는 이들로서, 돈을 지불하고 도로를 이용하는 여행객은 고객이며, 무임으로 이용하는 여행객은 무조건 적으로 규정하는 독특한 단체이다. 하지만 그 철저한 규정으로 인해 인간 전체의 적조차도 돈을 지불하기만 하면 고객으로 규정하는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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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션

평균 4.62 (1350명)

WH YH
WH YH LV.61 작성리뷰 (361)
마스터피스
2020년 4월 25일 2:16 오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파야
파야 LV.28 작성리뷰 (68)
그저 최고
2020년 4월 27일 10:41 오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백야
백야 LV.11 작성리뷰 (12)
문단은 여전히 판타지 장르를 그저 상상뿐인 사춘기의 일탈로 여긴다. 그러나 정말 가끔은 그 상상력이 순수문학 이상의 위대한 이야기를 담아올 때가 있다.
2020년 4월 27일 7:52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SnowyScene
SnowyScene LV.16 작성리뷰 (24)
왜 이걸 이제야 봤을까
2020년 4월 29일 7:10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zack93
zack93 LV.27 작성리뷰 (55)
감동을 글로 남기면 뭘합니까.
작가가 글을..... 안남겨주는데
2020년 5월 3일 2:34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직스
직스 LV.31 작성리뷰 (93)
마스터피스
2020년 5월 4일 11:48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KaZiX
KaZiX LV.33 작성리뷰 (106)
한국 판타지중에 영화화 한다면 꼭 이 작품으로 해줬으면 한다.
2020년 5월 9일 12:53 오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라디오오
라디오오 LV.21 작성리뷰 (32)
내가 한국 판소 재밌게본거 top5에 들어감 그저 띵작..
2020년 5월 11일 4:26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왕일
왕일 LV.7 작성리뷰 (4)
마스터 피스
2020년 5월 21일 11:24 오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123349824
123349824 LV.28 작성리뷰 (78)
하텐그라쥬. 냉혹의 도시.
2020년 5월 22일 11:46 오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재미없으면무는개
재미없으면무는개 LV.20 작성리뷰 (38)
참으로 좋았다
2020년 5월 31일 9:08 오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짜라
짜라 LV.30 작성리뷰 (75)
한국 판타지의 최고봉.
2020년 6월 5일 9:39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스띠네
스띠네 LV.14 작성리뷰 (14)
이영도 작가의 글들은 글로써의 재미는 물론 그 안에 철학적인 주제의식까지 포함되어 있어 좋은 평가를 많이 받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관념적인 모티브들을 양적, 질적으로 조절하는 데 실패하는 케이스가 꽤 있다고 본다(어릴 때 읽은 드래곤 라자의 결말부는 약간 이해하기 어려웠다).

눈마새는 기승전결이 예쁘게 맞아떨어지고 관념적인 주제를 풀어내는 호흡도 좋아서 이영도의 다른 작품들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2020년 6월 15일 11:47 오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반크라운
반크라운 LV.26 작성리뷰 (60)
무슨 말이 필요 할까. 대작 한국 판소의 최고작이라 생각한다.
2020년 6월 16일 11:26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Abriel
Abriel LV.18 작성리뷰 (26)
말이 더 필요한가? 눈마새 3글자면 끝나는걸,
2020년 6월 23일 6:06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띵작찾습니다
띵작찾습니다 LV.35 작성리뷰 (89)
말이 필요한가?
2020년 7월 4일 11:04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샘물처럼
샘물처럼 LV.23 작성리뷰 (50)
좋고 재밌음 호흡이 긴 소설
한데 호흡이 지나치게 긴 경우가 있음
색다른 판타지를 원하면 추천
2020년 7월 15일 2:39 오전 공감 0 비공감 2 신고 0
Quanthem
Quanthem LV.21 작성리뷰 (42)
판타지라는 장르에 가장 걸맞는 책이라고 봄.
작가만의 세계관을 독자에게 잘 설득시킴.
2020년 8월 26일 8:27 오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소설고인물
소설고인물 LV.6 작성리뷰 (3)
내 인생 최고의 명작!
2020년 9월 1일 11:45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물개신화
물개신화 LV.15 작성리뷰 (19)
한국 판타지계의 명작. 깊이와 재미 모두 잡았다
2020년 9월 6일 12:08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우웅웅이
우웅웅이 LV.30 작성리뷰 (79)
개꿀잼.
필력부터 스토리 캐릭터까지 전부 잡았다.
요즘의 웹소와 동일 선상에 놓을 수 조차 없는 수작.
그러나 필력을 떠나 이영도 특유의 번역어투나 웹소설의 사이다에 중독되어있다면 조금은 답답할 수도.
그래도 말초적인 웹소설보다 어느정도 예술에 가까운 작품.
2020년 9월 12일 2:14 오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Munch
Munch LV.19 작성리뷰 (20)
한국 3대 판타지 작가. 그 중 이영도의 대표작. 사실 이영도의 모든 작품이 다 대표작이라고 할 만 하지만 이 작품은 그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2020년 9월 12일 8:29 오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Geniuk
Geniuk LV.54 작성리뷰 (209)
이영도 판타지 세계관의 시작.
세계를 정말 매력적으로 창조해냈음.
2020년 10월 3일 9:31 오전 공감 0 비공감 1 신고 0
뇌랑
뇌랑 LV.36 작성리뷰 (121)
과수원을 없앤다면 독을 마시는 새가 나올까?
2020년 10월 16일 2:10 오전 공감 0 비공감 0 신고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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