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전개의 비약이 너무 심해서 봐주기 힘들다. 인물 성격을 별나게 설정하는 건 작가의 권한이고 영역이니 그러려니 넘길 수 있다. 그런데 이야기를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해 도저히 설득되지 않는 전개 비약을 억지로 집어넣는 건 작가 능력의 문제다.

어느 누가 몰래 키워줬다는 이유만으로 “너는 더럽다, 앞으로 너희 가족을 전부 갈갈이 찢어 죽이겠다” 같은 말을 내뱉나. 조금만 생각해 봐도 말이 안 된다. 사이코패스는 잔인할 뿐이고, 소시오패스는 사회적 공감 능력이 떨어질 뿐이다. 자존심이 세다고 해서 저런 행동과 발언이 자연스럽게 나올 수는 없다.

세상 최고 천재라는 설정의 인물이, 아직 확정되지도 않은 미래를 두고 갑자기 “저 인간은 죽일 놈이다”라고 결론 내리는 과정도 전혀 설득되지 않는다. 자기가 원하는 전개를 하려면, 상상력을 써서 단계와 계단을 차근차근 쌓아야 하는 거 아닌가.

약으로 회유하다가 실패하자마자 “나에게 이런 치욕을 주다니 용서하지 않겠다”로 튀는 전개 역시 마찬가지다. 감정 변화와 판단의 흐름이 너무 단순하고 거칠다.

인물의 숫자, 사고의 규모, 세계의 크기 자체가 너무 작은데, 그마저도 치밀하지 못하다. 주인공의 정체가 궁금해서 5권 끝까지 보긴 했지만, 결국 역겨워서 중도 포기했다.

글을 너무 대충 쓴다는 인상만 남는다. 납득하기 힘든 전개가 계속 보여서 끝까지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