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후연

공후연 완결

검은 공허와 붉은 집착.
혼란한 명종 말기, 한양과 개성의 그늘 속에서 한과 슬픔과 공포에 얼어붙어 영원을 사는 자들.
죽고자 하여 살아난 자들. 살아 있으나 죽었으니 귀신이요, 귀신이나 살아있는 자들의 이야기.

“난…….”

“죽고 싶었다.”

“그런데 그만큼 살고 싶어서 귀신이 된 거다. 그리 귀신이 되어 대가를 치르는 거지. 산 채로 구천을 떠돌며, 산 자의 피를 삼키고 죽은 자의 혼령이 저승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며, 그렇게. 나를 사람으로 만들어줄 것을 찾아다니며, 내 산 자였던 시절의 기억을 더듬지. 내 아들, 내 죽음.”

“그 모든 업이 나를 여기까지 몰아세운 지금, 마치 술을 마시고 날개를 얻은 듯 착각하듯 이렇게 사람이 되어 다시 그 슬픔을 느끼지. 내가 무엇을 잃어버리고 무엇에 갇힌 건지. 그리고… 죽고 싶지. 그런데 그래서 나는 이리 귀신으로 되살아난다.”

무엇을 원하든 그 모든 것이 다 공허고 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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